유동성 위기 해명에도 주가 ‘삐끗’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계열사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유동성 이슈 해명 기업설명회(IR) 개최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담보물로 롯데월드타워를 제공한다고 공시했다.
담보금액은 2조682억원이며 롯데월드타워 담보한도는 이의 120%에 해당하는 2조4818억원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회사채에 대해 재무약정을 위반하게 돼 이에 따른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롯데케미칼은 4대 시중은행의 보증을 받아 기존 무보증 회사채를 담보 채권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롯데월드타워를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게 됐다.
담보금액은 문제가 발생한 롯데케미칼 회사채 원금과 이자를 합산한 금액이다.
롯데그룹은 전날 기업설명회(IR)에서 롯데물산이 보유한 부동산을 롯데케미칼에 담보로 제공하는 데 법적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채무보증 금지는 인적 담보에만 적용된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대한 저당권 설정 같은 물적 담보 제공은 가능하다.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지급보증 기간은 회사채 만기 도래 시점과 일치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만기 상환 및 차환이 진행되면 지급보증 규모도 이에 맞춰 점진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이같은 담보채 전환을 위해 다음달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한다.
집회를 통해 사채권자의 동의를 받아 법원 허가를 거쳐 내년 1월 14일까지 담보채 전환을 마무리하겠단 계획이다.
다만 롯데월드타워 담보 제공이 알려진 이후에도 롯데케미칼 회사채 헐값 거래는 지속됐다.
전날에도 롯데케미칼 회사채 1300억원어치가 회사 민평금리 대비 84bp(1bp=0.01%포인트) 높은 금리에서 거래됐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롯데케미칼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던 기관이 손해를 감수하고 이 채권을 싼 값에 매도했다는 의미다.
한편 전날 IR에서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이 보증한 3000억원 규모의 사채를 내년 5월까지 모두 만기 상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에는 계열사로부터 추가적인 지원 없이 자력으로 재무 구조를 안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등 부채가 총 1조3000억원이지만 미사용 은행 여신 3000억원과 보유 예금 1조원을 활용하면 유동성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IR에 대한 기대감으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지만 이날 상승폭을 되돌리는 모양새였다.
29일 롯데케미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06% 하락한 6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4.68% 올랐었지만 상승폭을 모조리 반납했다.
이날 롯데지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3.46% 떨어진 2만900원으로 나타났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6.98%), 롯데쇼핑(-1.72%) 등도 하락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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