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살길이 막막하네요"…폭설 피해 용인 남사 화훼농가들 '한숨'

멀쩡한 비닐하우스 거의 없어…복구는커녕 살아남은 꽃 옮기느라 안간힘 "남사읍만 65농가 279동에 230억원 피해…정부 재정 지원 시급"
김광호

입력 : 2024.12.01 14:05:14 I 수정 : 2024.12.01 14:57:00


폭설에 주저앉은 비닐하우스
(용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 폭설 때 무너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의 한 화훼농가 비닐하우스에서 1일 오전 관계자들이 화분을 다른 농가 빈 하우스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2024.12.1 [email protected]

(용인=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봄에 출하하려고 그동안 애지중지 고생고생하며 키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지난달 27~28일 쏟아진 폭설에 피해를 본 경기 용인시 남사읍 화훼단지 내 중앙농원 대표의 하소연이다.

1일 오전 남사읍 봉명리로 들어서자마자 길가에 심하게 무너져 내린 비닐하우스가 보였다.

폭설에 주저앉은 비닐하우스
(용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 폭설 때 무너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의 한 화훼농가 비닐하우스에서 1일 오전 관계자들이 화분을 다른 농가 빈 하우스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2024.12.1 [email protected]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철골 곳곳이 바닥까지 내려앉아 있고, 추위에 벌써 수많은 다육식물과 야생화들은 시들시들해져 있는 가운데 무너져 내린 지붕에서는 쉴 새 없이 물줄기가 쏟아졌다.

450평 규모 3개 동 비닐하우스로 이뤄진 이 중앙농원 대표는 "우리 비닐하우스는 다른 하우스들과 달리 굵고 튼튼한 2중 철골조로 돼 있어 다른 농가에 비해 폭설 걱정을 덜 했다"며 "그런데 습기가 많은 눈이 너무 많이 오다 보니 결국 붕괴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올봄에 2천여만원을 들여 비닐도 모두 교체했는데, 이번 피해로 하우스 철거와 재설치 비용, 작물 피해까지 얼마나 손실이 큰지 지금은 가늠도 못 하겠다"며 한숨을 쉰 뒤 "일손을 구하기도 힘들어 아들과 아내하고 셋이 꽃들을 조금이라도 살려보려고 다른 농가 빈 하우스로 옮길 예정이다.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비닐하우스 철골 무너져 내리고 유리창 깨진 중앙농원 내부
[촬영 = 김광호]

이 농장을 조금 지나 진목리로 들어서자 이같이 주저앉은 화훼용 비닐하우스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볼 때는 멀쩡한 하우스도 안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지붕 중간이 거의 내려앉아 있었다.

피해를 보지 않은 비닐하우스를 찾기가 오히려 어려울 정도였다.

진목리 의림원 농장 대표 최일규(69) 씨는 "10개 동 가운데 4개 동이 피해를 봤다"며 "내가 참여하고 있는 남사화훼작목반 농가 65가구 중 35가구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바로 옆 대송원 농장 대표 장태연 씨는 "6개 동 비닐하우스가 모두 주저앉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진목2리 안개종묘 농장은 전국화훼협회 임육택(67) 회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면적만 해도 3천여평이 넘고 비닐하우스만 22개 동에 이른다.

이 비닐하우스 중에 멀쩡한 동은 거의 없었다.

임 회장은 수국 등 봄에 출하하기 위해 공들여 키운 꽃들을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무너진 비닐하우스 안에서 쉬지 않고 작업 중이었다.

지붕 무너져 내린 안개종묘 농장
[촬영 = 김광호]

그는 "피해액은 추산도 못 하겠다.

단순히 계산해도 시설 철거비, 설치비, 농작물 피해까지 100억원은 되지 않을까 싶다"며 "52년간 화훼농사를 하면서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용인시에 500여 화훼농가가 있는데 이 중 지금까지 157 농가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대략 계산해도 용인 화훼농가에서 900억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 농가들은 눈이 멈춘 지 사흘이 지났지만,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복구하는 데는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기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일단 하우스 안에 있는 쓸만한 화훼부터 살리기 위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급하기 때문이다.

무너진 비닐하우스에서 꽃을 옮기고 있는 임육택 회장
[촬영 = 김광호]

화훼농가들은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 지원을 서둘러 해주고, 일손도 지원해 주길 희망했다.

임 회장은 "우선 급한 것은 내년 봄꽃들을 출하해 농가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정부에서 재해보험금 지급이나 보조금 등을 하루라도 빨리 지원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승환 용인시 남사읍장은 "지금까지 접수 결과 읍내 200여 화훼농가 중 지금까지 65농가 279동 (5만3천390평)이 피해를 봐 230억원가량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며 "앞으로 피해 신고 건수나 피해액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분 하나라도
(용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 폭설 때 무너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의 한 화훼농가 비닐하우스에서 1일 오전 관계자들이 화분을 다른 농가 빈 하우스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2024.12.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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