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스팩합병 심사 강화한다

입력 : 2023.03.09 16:35:37
제목 : 금감원, 스팩합병 심사 강화한다
증권사, 합병 수익 위해 엄정 평가 부족할 가능성 지적 투자 주체간 이해상충 요소 등 증권신고서 충실한 기재 강조

[톱데일리]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최근 상장 건수가 크게 증가한 스팩(SPAC, 기업인주목적회사) 합병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유의사항을 발표하며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9일 밝혔다. 스팩 합병이 잠재력 있는 비상장 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해주고 있지만 이를 주관하는 증권사가 비상장법인에 대한 엄정한 평가보다는 합병 성공을 우선시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스팩 합병을 활용한 기업공개(IPO) 경우는 ▲2020년 19건에서 ▲2021년 25건 ▲2022년 4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스팩 합병시 일반투자자들이 실현 가능한 투자 이익은 공모가격 대비 평균 62%에 달하며 긍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금감원은 스팩합병을 주관하는 증권사 등의 스팩 취득단가가 일반 투자자의 50% 수준이고, 합병 성공 조건부 수수료도 취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상 증권사는 스팩 설립시 대표 발기인으로 참여한다. 벤처캐피털과 자산운용사 등이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기관은 1000원에 취득하는 보통주나 행사가가 1000원인 전환사채(CB)를 인수해 투자한다. 일반투자자가 투자하는 공모가(2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스팩은 합병이 유일한 사업목적인 법인이다. 설립 후 비상장사와 합병을 진행하면서 해당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실현한다. 스팩시 IPO 규모는 평균 90억원으로 공모가는 통상 2000원이다. 일단 합병에 성공하기만 하면 스팩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기관은 투자 단가가 낮은 만큼 수익 실현을 보증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이 스팩 합병에 성공한 54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42개 기업은 합병신주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상회했고, 12건은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병 성공시 일반투자자는 투자원금(83억원) 대비 62.1%(52억원)의 이익을 본 반면 증권사 등의 스팩 발기인은 투자원금(19억원) 대비 210%(39억원)의 이익을 봤다. 특히 대표 발기인으로 나서는 증권사는 투자이익 외 인수·자문수수료도 수취해 268.7%(2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금감원은 스팩 합병이 완료되더라도 일반투자자는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스팩 발기인으로 나서는 증권사의 경우 ▲합병 실패시 손실이 발생하며 ▲스팩 주식 취득가액이 낮고 ▲자문 수수료 등의 합병 성공 조건부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합병되는 비상장법인에 대한 세세한 평가보다 합병 성공을 더욱 우선할 우려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팩은 잠재력 있는 비상장기업에게는 상장을 통한 성장 경로를, 투자자에게는 양호한 수익을 제공해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며 "다만 증권사에게 유리한 거래조건과 기관투자자들의 발기인 견제 부족 현상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은 스팩 합병시 증권신고서에 투자 주체간 이해상충 요소 등이 충실히 기재 될 수 있도록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톱데일리
김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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