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불법추심에 사람 죽어나가…양심 찔려 떠날 수 없어"
16년간 '괴물'된 불법사채 맞서 피해자 도운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싱글맘 공분? 오래 못 갈 것…대부업체 난립부터 막고 제도 개선해야"
최원정
입력 : 2024.12.01 09:01:01
입력 : 2024.12.01 09:01:01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지금 이 사람한테 걸려있는 사채업자가 10명이에요.
소액을 빌렸다가 정상적으로 갚을 수 없게 되니 돌려막기한 거죠."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송태경(58)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이하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한 불법 사채 피해자의 고소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가장 많은 사채업자가 붙은 상담자가 108명이니, 이 정도면 사실 적은 편이에요." 송 처장은 16년 동안 3천명 이상의 불법 사채 피해자를 무료로 지원해왔다.
사무실엔 이날도 '경찰이 적극 수사하지 않는 것 같다'는 문의부터 '덕분에 잘 해결됐다'는 감사 인사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홈페이지를 통한 피해 상담은 올해에만 150여건.
컴퓨터에는 고소장과 증거를 정리한 엑셀 파일이 가득했다.
그의 의자 뒤편으로는 피해자가 남긴 감사 편지와 함께 손때 묻은 유서가 붙어 있었다.
"전화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까지 해줬는데 이분의 아기가 우는 바람에 상담을 이어가지 못했어요.
그러다 일주일쯤 뒤 남편에게서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연락과 함께 유서를 받았어요.
전화 한 통만 그때 제대로 해줬다면…." 민주노동당에서 정책실장을 맡았던 송 처장은 2008년 당을 나와 민생연대를 만들었다.
이후 16년 동안 불법 사채 피해자를 상담해 고소장 작성을 돕고 대부업자에게 부당한 원리금을 반환하라고 요구해왔다.
지난 1월엔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민생연대를 해산하려 했지만, 전국에서 답지한 후원금에 극적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송 처장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도망친다는 생각에 양심이 찔려 도저히 이 사무실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송 처장이 불법 사채와 싸워온 16년간 사채 업체는 조직화·전문화한 '괴물'이 됐다.
대출 심사와 수금 등의 역할이 세부적으로 나뉘고 규모도 더 커졌다.
특히 "2∼3년 전부터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 추심'이 일반화됐다"는 설명이다.
과거처럼 피해자를 찾아가 물리력 행사를 하는 대신, 피해자의 개인 정보와 가족·지인의 연락처 등을 악용한 협박성 추심 등으로 더 악랄하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홀로 아이를 키우던 30대 여성이 같은 방식의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이 지금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지만, 제도 개선 없는 '분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에도,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이런 분위기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민생연대 출범 이듬해인 2009년에도 대학 등록금에 사채를 썼다가 유흥업소로 내몰린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50대 남성의 사연이 공론화되며 대통령이 엄단을 지시했지만 15년 후 현재,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이다.
송 처장은 "불법 사채가 활개 치는 것은 인허가가 아닌 단순 등록만으로 대부업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합법 계약'의 탈을 쓰고 실상은 불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부업으로 등록하려면 개인은 1천만원, 법인은 5천만원의 자기자본 요건만 갖추면 된다.
현재 등록 대부업체는 7천600여개다.
송 처장은 대부업체의 난립을 막기 위해 미국처럼 대부업체 인허가를 강화하고 일본처럼 '순자산액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9년까지 3만개가 넘었던 일본 내 대부업체가 현재는 1천500여개 정도로 관리 감독이 가능한 수준까지 줄었다"며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만 자본금으로 인정하고 설립 기준액도 3억원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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