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상조하던 조상들처럼 …'커뮤니티 가치' 살리는게 건축

한창호 기자([email protected])

입력 : 2024.12.02 17:17:06 I 수정 : 2024.12.02 17:18:22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한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
독립적인 개인공간 중요하지만
이웃과 소통서 진짜 행복 느껴
판교·세곡동에 주택단지 건설
2층 홀공간 모든 집과 이어져
처음엔 거부감 느낀 주민들도
나중엔 나를 초대해 음식 대접




◆ 세계지식포럼 ◆

2024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야마모토 리켄이 제25회 세계지식포럼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도시건축' 세션에서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한주형 기자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2024년에 수상한 야마모토 리켄 건축가가 제25회 세계지식포럼의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도시건축'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상림 공간그룹 대표와 야마모토 건축가가 참여해 '어떤 건축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공간그룹이 참여한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건축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1967년 부여 국립박물관을 시작으로 19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도시와 농촌 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건축이 추진됐으며, 공간그룹은 이 시기에 많은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건축이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며 건축의 미적·문화적 가치를 강조했다.

야마모토 건축가는 자신이 한국에서 설계한 판교 월든힐스 2단지(2009)와 세곡동 공공임대주택단지(2014)에 대해 설명하며 자신의 건축 철학을 소개했다. 야마모토 건축가는 건축이 단순히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웃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설계한 판교 월든힐스 2단지는 한 동의 주택이 총 3층으로 설계됐다. 1층은 거실, 2층이 현관 홀이 있는 층, 3층이 자녀 방이나 침실로 이용된다. 2층 현관 공간은 개방감 있게 통유리로 외부 공간과 소통할 수 있게 설계됐으며, 같은 단지에 사는 모든 주택이 2층 공간에서 이어진 공용 공간을 통해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야마모토 건축가는 "공유 공간으로 설계된 2층을 보고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처음에 거부감을 갖고, 심지어 어항 같다고 했다"며 "하지만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 공간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커뮤니티의 가치를 발견하자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교 주민들이 건축가인 나를 초대해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수많은 건축물을 지었는데 주민들이 초대해 준 것은 최초였다"고 덧붙였다.

야마모토 건축가는 사생활이 보장되는 공간도 중요하지만, 이웃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전통적 주택에 살면서 마당과 같이 이웃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왔다"며 "사회가 발전할수록 한 가족 단독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웃과 상부상조할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설계한 세곡동 공공임대주택단지도 공용 공간을 포함해 만들어졌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만들어진 이 단지는 저층과 고층이 조화를 이루는 건물 배치가 특징이다. 특히 동 간 공간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야마모토 건축가는 세곡동 공공임대주택단지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공간이 있으니 도시 안에서 작은 텃밭을 만들고 가꾸며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야마모토 건축가는 "건축가의 역할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주택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며 앞으로도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건축 활동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기후 변화의 시대 속에서 건축도 이에 따라 변화할 필요가 있는데, 미를 추구하며 창문을 크게 뚫는 것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냐. 기후 변화 시대에 건축은 어떻게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야마모토 건축가는 이에 대해 "한국의 온돌은 기후에 적응하며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예시"라면서 "자연 환경에 맞춰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는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을 쉽게 짓고 부수는 것이야말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건축"이라며 "100년, 2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건축물을 잘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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