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더 게임 어워드'가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던지는 질문들

김주환

입력 : 2024.12.14 11:00:01


2024 더 게임 어워드(TGA) '올해의 게임' 시상식
[촬영 김주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매년 전 세계에서 1억 명이 넘게 지켜보는 시상식이 있다.

연말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GA) 이야기다.

TGA는 지난 1년 동안 발매된 게임 중 그 해를 상징할 만한 '올해의 게임(GOTY)'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와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하지만 TGA가 단순한 시상식에 머물렀다면 행사장에만 약 7천명이 몰리고, 작년 기준 1억1천800만 명이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행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TGA는 게임 시상식뿐 아니라 영상, 음악, 연기까지 더해진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게임이 하나의 종합예술 분야로 확장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0주년 맞은 '더 게임 어워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GA) 2024'가 열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행사장인 로스앤젤레스(LA) 피콕 시어터 전광판에 TGA 로고가 나오고 있다.2024.12.13 [email protected]

◇ 유명 배우·가수들 출연…게임의 매력 돋보여 10주년을 맞은 올해 TGA의 백미는 다양한 게스트 출연진이다.

할리우드 원로 배우 해리슨 포드, 미국 힙합계의 거물급 프로듀서 스눕독이 출연해 수상작을 발표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보다 앞선 2022년에는 알 파치노, 2023년에는 티모테 샬라메가 시상자로 나온 바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유명 인사를 들러리처럼 불러놓는 것은 아니다.

게임산업이나 수상작과 어떻게든 인연이 있는 인물을 엄선한다.

시상식 중간중간과 GOTY 발표 직전 진행되는 오케스트라 공연과 무대 퍼포먼스도 TGA의 상징처럼 자리를 잡았다.

일각에서는 갈수록 화려해지는 TGA를 두고 주최 측이 게임 업계 발전보다는 상업적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임 업계에 따르면 TGA에 1∼2분짜리 트레일러를 상영하려면 최소 수억원대 금액이 들어간다.

이 비용은 사회자 제프 케일리가 게임을 직접 언급하거나, 무대 양옆이 아닌 중앙 스크린에 영상을 띄우기만 해도 크게 뛰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TGA의 '광폭 행보'는 게임을 게이머와 게임사만의 세계를 넘어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본다면 상술 이상의 의미가 있다.

TGA는 한 해 발매된 게임뿐 아니라 게임 캐릭터의 목소리나 동작을 연기한 배우, 게임을 원작으로 각색한 비게임 작품까지 부문별 수상 대상에 매년 포함한다.

시상식도 비중 있게 진행한다.

게임이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인문학적 고찰과 음악·미술·영상 등이 결합한 종합예술이자, 영화나 TV 시상식에 비견할 만큼 가치 있는 산업임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이는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시상식 소식을 통해 게임산업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게임이 가진 매력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
(부산=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13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사회자들이 수상작을 소개하고 있다.2024.11.13 [email protected]

◇ '게임은 문화다' 외치는데…대한민국 게임대상 보면 '글쎄' 지구 반대편에서 TGA를 지켜보며 불과 약 한 달 전 부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을 떠올렸다.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결과 발표 직후 게이머들 사이에서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최우수상을 비롯해 다른 상을 휩쓸며 7관왕을 차지하고 TGA에는 한국 게임 중 유일하게 수상 후보에 오른 '스텔라 블레이드'가 정작 최고상인 대상에서는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공로상에는 재직 시절 불공정 심의 논란, 직원 비리 의혹으로 기관 설립 이래 초유의 감사원 감사를 촉발했던 김규철 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선정됐다.

급기야 게임이용자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대상 심사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스텔라 블레이드'를 내심 대상감이라고 봤고 2년 전부터 게임 심의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숱하게 써왔지만, 정작 수상 결과를 접하고 난 뒤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애초에 게임의 작품성이나 게이머의 의견과는 무관한, 국내 대형 게임사 중심의 업계 행사라고 보고 기대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다가 전 세계 게이머의 축제로 떠오른 TGA를 직접 보고 나니 "게임산업이 이렇게 멋있다"라고 알릴 몇 안 되는 기회를 정부와 업계가 매년 형식적으로 소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예산과 지역적 한계 때문에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TGA 수준의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주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하지만 사회 일각의 게임이용장애 질병화 시도에 맞서 '게임은 문화'라고 외치려면, 게임 시상식도 거기에 발맞춰야 함은 자명하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의 기로에 놓인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TGA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mail protected](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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