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수출 실적을 두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엇갈린 해석을 내놓으면서 시장 혼선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이 지난 8월 이후 3개월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다고 판단한 반면, 한은은 3분기 수출 실적이 ‘역주행’하며 경제성장률에 마이너스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산업부는 1일 발표한 수출입현황 통계를 통해 지난달 수출액이 575억2000만달러로 10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6%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3분기 수출이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고, 순수출(수출-수입)이 전체 성장률을 0.8%포인트 깎아내렸다고 분석했다.

수출을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서로 엇갈린 진단을 내리는 것은 실적을 집계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방향 자체가 다른 것은 시장의 판단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와 한은의 수출 통계는 △집계 기준 △비교 시점 △조정 방식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는 통관을 기준으로 수출 실적을 집계한다. 수출품이 관세신고를 하고 세관을 지나는 시점의 금액을 수출로 잡는 것이다. 반면 한은은 수출대금이 들어오는 것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가령 이달에 100억달러의 수출 물량이 통관 절차를 마치고, 수출대금 중 20억달러가 계약금으로 이달 들어왔다면 정부와 한은이 인식하는 수출 실적은 달라진다. 정부는 통관을 기준으로 100억달러를 그대로 수출 실적으로 집계하는 반면, 한은은 수출대금으로 들어온 20억달러만을 수출 실적으로 인식한다. 잔금 80억달러에 대해서는 향후 수출대금이 국내로 들어오고 난 뒤 수출 실적에 반영한다.

이에 따라 수출 실적이 정부 통계에 먼저 반영되고 한은 통계에는 시간을 두고 반영되는 시차가 생긴다. 정부는 수출 실적 그 자체를 중시하는 것이고, 한은은 수출이 실제로 경기에 영향을 미친 효과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비교 시점이 다른 것도 정부와 한은의 상반된 평가를 낳는 요인이다. 국내총생산(GDP) 통계는 통상 직전 분기와 비교하기 때문에 한은은 수출 실적을 전월과 비교한다. 대신 조업일수 등에 따라 착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변수를 조정하는 계절조정 작업을 한 번 더 거친다. 한은은 3분기 재화 수출의 경우 전 분기 대비 0.4% 늘어난 것으로 봤지만 계절조정을 통해 0.6% 감소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반면 정부는 수출 실적을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한다. 따라서 추가적인 계절조정 작업이 필요 없어 통계가 직관적이지만, 전년도에 글로벌 경제위기라든가 코로나19 위기 같은 큰 변수가 있을 경우 기저효과가 있어 착시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한은이 각각 수출 통계를 내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집계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수출 실적 자체가 중요한 것이고, 한은은 GDP 산출을 위해 수출 실적을 활용하므로, 어떤 시각에서 수출을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각기 다른 통계를 활용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한은의 수출 통계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장기적인 집계나 추세에서는 일치하게 된다는 것이 두 기관의 설명이다.

올해는 한은이 3분기 수출을 부진하다고 진단했지만 다음달 초 발표되는 잠정 GDP 성장률 통계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수출 통계와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정부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이라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수출 부진에 따른 변동성이 반영된 것이므로 5년, 10년 장기적인 추세는 한은 판단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