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인플레이션 서막
취임 앞두고 고율관세 공포
10년·30년물 금리 5% 턱밑
시중금리 상승 자극 우려에
S&P500·나스닥 하락 압박
헤지펀드 닷새째 매도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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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중장기 국채 수익률이 연달아 가파르게 오르자 뉴욕 증시가 적지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주요 헤지펀드들은 지난해 말부터 앞다퉈 미국 주식 순매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다시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과 더불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금리 상승에 대비해 우량주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따른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5bp(0.05%포인트) 올라 4.6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4월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을 언급한 영향으로 중장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시기다.
한편 만기가 가장 긴 30년 만기 국채는 이날 하루 새 6bp(0.06%포인트) 오른 4.91%에 마감했다. 앞서 2023년 10월 5% 대를 돌파한 후 1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국채 가격이 그만큼 빠르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국채를 비롯한 채권은 가격과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수익률은 시중금리의 가이드 라인 역할을 한다. 일례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롯해 기업대출 금리 등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국채를 중심으로 한 ‘채권시장 공포지수’로 통하는 MOVE지수도 이날 하루 새 5% 뛰어 102.78을 기록했다. 지난달 9일 이후 한 달 만에 20% 오른 수치다.
MOVE지수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미국 국채 옵션 가격을 기초로 국채 가격 변동성을 보여주도록 만들었다. 수치가 오를수록 국채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주식시장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같은 날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대형주 중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100지수가 각각 1.11%, 1.79% 하락했다. 주식시장 공포지수로 통하는 VIX지수도 하루 새 11.1% 뛰어 17.82 를 기록했다.
현지 헤지펀드들은 앞장서 주식 매도에 나서는 모양새다. 스콧 러브너 골드만삭스 글로벌마켓부문 전무 겸 전략분석가는 “골드만삭스 프라임 브로커리지 데이터 분석 결과 주요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5거래일간 미국 주식을 순매도했으며 7개월 만에 가장 두드러진 매도세”라면서 “이들이 매도했거나 혹은 공매도에 나선 업종은 헬스케어와 금융, 산업재”라고 7일 고객 메모를 통해 밝혔다.
미국 주요 국채 수익률이 뛴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는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수입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전반적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진다는 우려다.
두 번째로는 미국 내 실물 경제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온 점이다. 7일 미국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2024년 12월 서비스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1을 기록해 월가 기대치 평균(53.5)을 웃돌았고 직전 달 기록(52.1)보다도 높아졌다.
같은 날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보면, 지난해 11월 구인 건수는 810만건으로 같은 해 5월(823만명)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규모였으며,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기대치 평균(770만건)을 훌쩍 웃돌았다. ‘고율 관세·실물 경제 지표 호조’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가 오히려 오를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미국 국채·주식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관세 인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졌음에도 실물 경제가 탄탄한 경우 연준이 금리 동결 혹은 인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 적자 확대 가능성이다. 이는 또다시 채권 발행을 늘려 국채 가격을 하락(국채 수익률 상승)시킬 수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측이 8일 집계한 연방기금금리(미국판 기준금리) 선물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이 이달 금리 동결에 나설 가능성을 95.2%, 오는 3월과 5월에도 동결할 가능성을 각각 60.9%, 49.3%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주식 투자 전략과 관련해 모건스탠리는 금리 상승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건스탠리 측은 지난 6일 고객 메모를 통해 “엔비디아나 AT&T, 넷플릭스, 월마트, 코노코필립스 같은 우량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증시 분위기를 가를 핵심 변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수익률 급등에 따른 시중 금리 상승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재무 부담이 되기 때문에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종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편 월가의 ‘헤지펀드 거물’로 꼽히는 댄 나일스 사토리펀드 설립자는 같은 날 CNBC과 인터뷰에서 “올해 최고의 투자처는 현금이며, 내가 현금을 꼽은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라면서 “주식에 투자한다면 소형주보다는 중형주가 낫고 시스코시스템스나 금융주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증시는 결국 19% 하락했는데 올해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다만 연초부터 현금을 보유한다면 머니마켓펀드를 통해 4% 정도 수익률을 얻을 수 있으며 꽤 좋은 수익일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은 연준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접어들면서 주가가 하락하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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