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 총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소액주주 단체가 국민연금의 집중투표제 찬성을 거론하며, 집중투표제 도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소액주주 플랫폼 헤이홀더는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의결권 자문사 그리고 국민연금의 결정, 최종 결론은’ 제하의 글을 게재했다. 집중투표제 도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기 위해서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마다 이사 후보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고, 이사 후보 1명 또는 특정 몇 명에게 의결권을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주주가 가진 투표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분산해서 행사할 수 있다. 이사는 최다 득표자 순서에 따라 선출된다. 때문에 집중투표제는 대주주보다는 소수주주에 유리한 제도란게 일반적인 평가다.

헤이홀더 측은 해당 글에서 “별도의 국회 입법이 없는 이상 이번 기회가 아니면 집중투표제 도입은 영원히 어려울 수 있다”며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한국 자본시장에 가지는 의미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집중투표제는 반드시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헤이홀더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5곳중 3곳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권고했다. 지난 17일 국민연금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기로 했다.

특히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중 한 곳인 글래스루이스는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사회 구성에 대해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헤이홀더는 이와 관련 “집중투표제 도입의 부작용보다 소액주주 보호장치 마련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헤이홀더 측은 “살얼음판과 같은 표 대결 국면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우호지분에서 이탈표가 생기는지, 나머지 외국계·국내 기관 등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싸움의 승패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며 “23일 주총이 끝날 때까지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을 금지해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 결과가 오는 21일 나올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과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은 의결권 기준 46%가량이다. 그러나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3% 룰’에 따라 MBK·영풍 측의 의결권은 24% 수준으로 제한된다.

‘3%룰’이란 감사 선임 시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제도다. 때문에 3%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많은 MBK·영풍 연합 측에는 3% 룰이 불리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MBK·영풍 측 역시 집중투표제 도입은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편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