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손놓은 ‘자원빈국’…韓핵심광물 개발수준, 일본의 절반

유준호 기자([email protected])

입력 : 2025.01.27 06:32:30
韓 공기업 해외자원개발 막혔는데
일본은 공공-민간 합작투자 활발
유럽·아세안·남미 등 곳곳서 개척
美 긴장 고조에 中 ‘자원무기화’
자원반출 등 공공역할 중요한데
우리는 민간기업에만 매달려


한국광해광업공단 청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올해 미쓰비시상사와 손잡고 이퓨얼 기술을 보유한 미국 에너지 전문기업 인피니움(Infinium)에 투자했다. 이 기업은 액체가스화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합성해 그린 연료를 생산한다. 생산 과정에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고, 생산한 수소는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을 생산한다.

26일 국내 자원개발 업계에 따르면 한국 에너지·자원개발 공기업들의 해외 자원 투자가 가로막힌 사이에 우리와 비슷한 자원 빈국인 일본은 세계 전역으로 자원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통 에너지원부터 수소와 암모니아 등 미래 에너지원, 희토류와 리튬 같은 희귀 광물까지 다방면으로 자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일본과 한국의 자원개발률은 2배 이상 격차가 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대 전략광종(유연탄·우라늄·철·동·아연·니켈)에 대한 국내 자원개발률은 34.4%로 69.9%인 일본 자원개발률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자원에 대한 수요와 가격 요인에 따라 자원개발률은 해마다 차이를 보이는데, 최근 5년간 일본 자원개발률이 60.2~75.2%인 반면 우리는 27.9~34.4%에 불과했다.



일본은 에너지자원 공공기관인 JOGMEC가 해외 자원개발의 중심을 잡는다. 2004년 출범한 JOGMEC은 자원개발 전문기관으로 최대 75% 출자, 채무 보증 등 자금 지원과 지질 탐사 등 기술·정보 지원 기능을 담당한다. 일본 정부는 이 기관이 일본 내 공급과 무관한 프로젝트에도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고, 자원 관련국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등 작업도 진행했다.

미쓰이물산, 이토추상사 등 일본 대표 종합상사도 힘을 보탠다. 각 종합상사들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정보, 신규 시장 개척 등 기능을 활용해 JOGMEC과 합작 형태로 해외 자원 확보에 나선다.

2019년 미쓰이물산이 참여한 모잠비크 LNG 개발 사업은 민간과 공공이 협력한 대표 사례다. JOGMEC는 이 프로젝트에 1250억엔을 출자했고, 2020년에는 추가로 14억4000만달러를 완공 보증했다. 2011년에는 소지쓰상사와 공동으로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맺었고 2022년 900만달러, 2023년에는 1억3470만달러의 추가 투자가 이뤄졌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JOGMEC와 일본 종합상사가 협력한 글로벌 투자 사례만 12건에 달한다. 호주(희토류, 원유)와 러시아(LNG, 수소), 인도네시아(암모니아), 베트남(원유), 영국(원유), 모잠비크(LNG), 리튬(아르헨티나) 등 투자국 역시 전 세계에 퍼져 있다.

반면 JOGMEC와 같은 역할을 하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해외 자원 투자는 사실상 막혀 있다. 정부는 2021년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한국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하면서 현 광해광업공단 업무에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삭제했다. 이명박 정부 때 해외 개발 사업으로 공기업들의 자본이 잠식됐다는 이유를 들어 에너지·광물에 대한 ‘금맥’을 찾아다니기보다는 공기업의 재정건전성이라는 ‘안정’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그사이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 투자는 사실상 민간 기업에만 의존하게 됐다. 뒤늦게 자원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해 11월 민간이 해외자원개발 사업 추진 시 정부에서 사업비 일부를 대출받을 수 있는 특별융자 비율을 기존 30%에서 50%로 끌어올렸지만, 사업 운영권을 확보하거나 생산 자원의 국내 도입이 가능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해당 비율은 2012년까지만 해도 최대 9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자유무역 시대에서는 언제든 필요한 자원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각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이 첨예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과 중국 간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켰다.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 산업혁신팀장은 “자원개발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지만 실패 위험이 크고, 자원 보유국이 자원안보를 이유로 반출을 제한하기도 해 민간 기업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각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한 노골적인 입장 표출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공공이 민간과 협력해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지난달 미국이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자 중국은 단 하루 만에 갈륨과 게르마늄 등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소재에 대한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하며 맞불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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