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성 대신자산운용 대표 “패시브펀드 확고한 지위 바탕으로 채권형, 글로벌 펀드 1위 도전”

오대석 기자([email protected]), 최근도 기자([email protected])

입력 : 2024.12.02 15:03:19
정만성 대신자산운용 신임 대표


“흑백요리사에서 우승한 ‘흑수저’ 요리사가 파스타로 실력을 보여준 것처럼 잘 하는 것을 더욱 잘 해서 최고가 되는 것이 대신자산운용의 위상이 커지는 길입니다. 국내 인덱스 펀드의 최강자로서 쌓은 패시브 펀드의 확고한 지위를 바탕으로 채권형, 글로벌 펀드로 1등을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시장으로 공략의 초석도 다질 계획입니다.”

정만성 대신자산운용 신임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는 대신자산운용의 36년 역사 동안 첫 내부 출신 대표로 지난달 20일 선임됐다.

국내 금융공학 1세대 대표주자로 꼽히는 정 대표의 지난 여정도 ‘흑수저’ 같이 늘 도전과 증명의 연속이었다.

1971년생인 정 대표는 LG그룹 시스템통합 사업 부문(현 LG CNS)의 프로그래머로 미사일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지난 2000년 우주항공의 방법론을 금융공학에 적용해보겠다고 결심하고 대신경제연구소에 입사하며 금융투자업에 첫 발을 들였다.

대신자산운용에 몸을 담은 건 2007년부터였다. 1인팀인 AI팀에서 금융공학 펀드를 개발했을 당시 규모는 3억원에 불과했다.

37세의 늦깎이 초보 펀드 매니저인 데다 당시엔 생소했던 금융공학을 들고 나오니 ‘설움’을 당하는 경우도 잦았다.

정 대표는 “펀드매니저 개인이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가 대세였던 때였고, 인공지능(AI), 퀀트, 계량 같은 용어조차 생소했던 때”라며 “무시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잦아 자금을 모집하기도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반전의 기회는 곧 찾아왔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오며 모든 펀드가 큰 손실을 봤을 때 오히려 10%대 수익을 내며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위기 때마다 다 수익을 내며 안정적인 운용능력으로 금융공학 펀드의 정상에 올랐다.

정 대표는 “왜 수익이 났는지 1년에 200번 이상 설명하러 다녀야 했다”며 “나중엔 국내 금융공학 펀드 카테고리가 사라지고 제 펀드만 수백개가 있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절대수익형 금융공학 펀드에서 현재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인덱스 펀드로 눈을 돌린 것도 도전이었다.

수익을 잘 낼수록 환매가 너무 빨라진다는 딜레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운용을 잘 하면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인덱스 펀드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는 이때에도 ‘인덱스는 다 똑같다’, ‘인덱스는 인덱스답게 운용해야 한다’는 편견과 맞서 증명해야 했다. 후발주자가 들어오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과도 싸워야 했다.

정 대표는 “당시엔 인덱스 알파(초과수익)를 추구하는 곳은 없었지만 남들과 똑같이 인덱스를 인덱스답게만 운용하는 전략으로는 아무도 대신을 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ETF가 나오면서 인덱스답게 운용하던 곳들은 문을 닫았고 알파 전략을 하는 곳만 살아남았다. 이것이 대신자산운용이 인덱스 펀드 1등에 올라 계속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운용 실적을 바탕으로 정 대표는 퀀트와 채권, 글로벌운용본부를 합친 로보어드바이저그룹장과 패시브운용부문장을 역임하며 운용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정 대표가 취임한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2차전지 등 대표 산업의 정체로 증시의 모멘텀이 사라진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과 외국인 이탈, 경기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코스피는 2500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정 대표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 시장은 나쁘지 않겠지만 이미 상승한 상황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국내 시장은 북밸류(장부가치)를 감안하면 이미 악재를 반영하며 바닥권에 진입해 내년엔 이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대표는 패시브와 채권형 펀드 등 지금까지 쌓아온 강점을 더욱 확고히 다지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에만 3조원 넘게 성장한 채권형 펀드는 인덱스 펀드 같은 1등 분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ETF에선 기존 강점과 결합한 전략으로 성장을 추진한다.

정 대표는 “채권 시장의 기회를 살려 인덱스 펀드처럼 받을 수 있는 기금한테 다 받는 수준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ETF 분야에선 백화점식보다 가장 잘하는 펀드를 키우는 전략으로 본사가 잘 하는 코스피200 인덱스를 ETF로 출시해 1등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펀드와 퇴직연금 분야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글로벌 펀드는 충분히 역량을 쌓아온 만큼, 본격적인 확장에 나선다. 퇴직연금 시장은 단기가 아닌 장기 성과를 목표로 1등을 위한 초석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정 대표는 “퇴직연금은 운용사들에게 엄청난 기회로 모두 시작선에 있다”며 “안정성 있게 긴 시간 투자해야 하는 특성상 대신운용이 강점을 가진 롱텀 투자 철학에 맞아 확실하게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채권, 글로벌 펀드에서도 1등을 해 대신이 출시하는 것은 다 잘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며 “이렇게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퇴직연금 시장을 다음 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것이 운용역 출신 대표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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