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괴롭힘 예방 투자땐 효과 두 배 넘어"

이진한 기자([email protected])

입력 : 2024.12.02 22:52:45
이승길 한국괴롭힘학회장
1800억 투자하면 4250억 편익
엄벌보다 사내문화 개선 먼저
상사 무고하는 부작용 보완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2019년 7월 시행됐지만 근로자들의 피해 호소는 매년 늘고 있다. 시행 첫해 약 6개월 동안 2130건이던 신고 건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1만건을 넘겼고, 올해도 8월까지 7720건이 접수되면서 최다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출범한 한국괴롭힘학회는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학술단체다. 법조계와 노동계는 물론 경제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승길 한국괴롭힘학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현재 한국 사회는 괴로운 사람이 다시 상대방을 괴롭히는 파괴적인 구조"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괴롭힘학회의 학술대회는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한 공론의 장이다. 지난해 한국형 괴롭힘 측정 수단에 관해 필요성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다. 과거 10년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대응에 따른 비용·편익을 따져본 결과 1806억원을 투자하면 4252억원의 편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학회장은 "실제 괴롭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입되는 사회적 자본을 감안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의 경제적 효과는 더 클 것"이라며 "영국 등 주요 국가들도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연간 수십조 원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할 방법으로 법 만능주의나 엄벌주의적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업주나 기업에 무작정 강한 법적 책임을 지운다면 은폐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피해자의 트라우마 회복과 가해자에 대한 낙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양한 유형의 갈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치환하려 들거나 상사나 관리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괴롭힘이나 성희롱으로 무고하는 등 부작용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방 교육 등 조직문화 개선도 병행할 것을 강조했다. 사회복무요원과 스포츠, 군 등 다양한 집단의 괴롭힘을 연구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5인 미만 영세사업장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도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하려면 법이 아닌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12.03 01:58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