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에 달러 계속 간다는데”...환테크 노리는 ‘달러보험’ 들어보셨나요

이희조 기자([email protected])

입력 : 2025.01.24 20:56:26
강달러 타고 뭉칫돈 몰리는 달러보험 가이드
2년새 판매 4배, 달러로 보험 납입·수령
특정기간 채우면 이자수익 비과세 혜택

만기 긴 상품 많고 중도해지 수수료 비싸




‘강달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전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으며 연초부터 달러보험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이 미국 달러로 이뤄지는 상품으로, 달러와 보험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지금처럼 달러가치가 올라갈 때 인기가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달러가치가 계속 오르면 달러보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입을 쉽게 결정할 상품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만기가 길고 중도 해지 수수료가 비싼 만큼, 중간에 빼지 않아도 무방한 여윳돈이 있는 경우에만 가입할 것을 추천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이달 들어 15일까지 판매한 달러보험은 총 130건으로 전체 규모는 217억80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1월 한 달간 판매된 금액이 총 302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불과 15일 만에 200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특히 올해는 외환은행을 전신으로 하고 있는 하나은행의 판매 규모가 70억원을 넘겨 가장 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말 4대 은행의 월 판매 규모가 300억원을 넘긴다면 달러보험의 인기가 엄청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설 연휴가 작년에는 2월이었지만 올해는 1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했던 달러보험에 대한 수요를 키운 것은 달러가치 상승이다. 앞으로도 달러가 상승세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는 믿음에 환차익을 기대하고 달러보험에 가입하는 이들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부터 대내외 요인이 맞물리면서 달러가치는 급등했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국내 정치 불안이 맞물리면서 달러가 확연한 강세를 보인 반면 원화는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달 중순 달러당 원화값은 145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30원 안팎과 비교하면 120원가량 떨어진 수치다.

달러가치 상승은 시장에서 달러가 그만큼 ‘안전한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격히 커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원화가치가 폭락했다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달러의 상대적인 안전성은 여전히 크다.

고관세를 포함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미국 경제지표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강달러에 대한 기대는 점점 몸집을 키우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책 내용에 따른 달러화 흐름이 달러당 원화값 추세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이 많다는 점도 달러보험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달러보험 중에는 가입하는 시점의 공시이율로 5년 또는 10년간 확정된 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이 많다. 향후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큰 지금,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금리를 묶어둘 수 있다는 점은 달러보험의 매력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금리가 높은 시점에 장기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달러보험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달러보험은 기본금리 자체도 높은 편이다. 이달 하반기 기준 메트라이프생명의 방카슈랑스 전용 ‘더 베스트 초이스 달러연금보험’의 경우 기본금리는 연 5.62%이며, 1년간은 보너스 적립이율을 더해 최고 7.12%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AIA생명의 ‘골든타임 연금보험’도 금리가 5.76%로, 3%대인 정기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였다.

비과세 혜택도 있다. 상품에 따라 특정 기간 동안 계약을 유지할 경우 이자수익이 비과세되는데, 이 점을 높게 평가하고 달러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달러가치가 높아졌고 금리가 좋다고 성급하게 가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중도 해지 시 수수료가 발생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지욱 신한PWM 잠실센터 PB팀장은 “10년짜리 장기채를 사들이는 달러보험의 경우 시중금리가 떨어질 때 환급률이 올라가 해약환급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센터장도 “금리가 내려가는 시기라면 중간에 해지하는 것이 이득이지만 금리가 올라간 상태에서 해지한다면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자금 운용 스케줄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충분한 달러 자산을 가진 이들이 달러보험 가입에 적합하다고 입을 모았다. 만기 시점의 달러가치로 보험금을 받는 상품의 경우 환차손 우려가 있어 무리하게 달러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원화값이 1400원대 중반까지 내려와 있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새롭게 투자하는 일은 부담이 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윤 팀장은 “달러를 이미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달러를 ‘파킹’해두는 개념으로 주로 가입한다”며 “달러를 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해두려는 니즈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달러보험 외에도 향후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채권 등은 당분간 우상향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자산 비중을 줄이고 미국 자산 비중은 늘려야 보다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센터장은 미국 자산에 분할 투자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그는 “투자 가능한 돈이 1200만원이 있다면 매월 100만원씩 나눠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방식”이라며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빠져나온 뒤 그 자금으로 다시 분할 투자하면 위험을 줄이면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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