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멈춘 '수출플러스'…트럼프 관세·'딥시크 쇼크' 우려도
1월 수출 감소는 '이른 설' 따른 일시 현상 분석…2월엔 증가 전환 가능성 커"딥시크 충격, 한국 반도체 업계엔 장기적으로 호재"트럼프 중·멕시코 관세…한국 반사이익 기대·우회수출 타격 우려 공존
김동규
입력 : 2025.02.01 12:08:38
입력 : 2025.02.01 12:08:38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새해 첫 달인 1월 한국의 수출이 15개월 동안 이어오던 전년 동월 대비 '수출 플러스' 흐름을 멈추고 일단 감소세로 돌아섰다.
외견상 수출 동력이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1월 수출 둔화는 이른 작년에는 2월이던 설 연휴가 올해는 1월로 옮겨진 데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인한 단기적 현상으로 2월에는 반대 효과로 다시 수출 플러스 전환 가능성이 커 수출 추세 변화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조업일수를 고려한 1월 일평균 수출은 작년보다 늘었고,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10% 가깝게 증가하며 올해 수출 전망을 밝혔다 다만, 올해 한국 수출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딥시크 충격'으로 압축되는 중국의 부상과 이를 막기 위한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이른 설' 영향에 1월 수출 마이너스…일평균 수출은 7.7%↑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91억2천만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10.3% 감소했다.
한국의 수출은 2023년 10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된 뒤 15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왔는데, 1월 플러스 행진이 멈춘 것이다.
이는 이른 설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때문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작년 설 연휴는 2월에 있었는데, 올해는 1월로 연휴가 옮겨오면서 조업일수가 24일에서 20일로 4일 줄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수출업계가 설 연휴에 이어진 금요일까지 휴무일로 지정해 조업을 멈추면서 생산·수출이 모두 중단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업일수를 고려한 1월 일평균 수출액은 24억6천만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7.7% 증가해 산업부 설명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1월 일평균 수출액은 2022년(25억2천만달러)에 이어 역대 1월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1월 수출이 꺾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산업부는 2월에는 1월의 반대 효과로 조업일수 증가에 따라 수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HBM 등 수출 호조 이어져…"딥시크 충격, 韓 반도체 수출에 장기 호재" 전체적인 수출 감소세 속에서도 반도체 수출은 101억달러로, 8.1% 증가하며 새해 첫 달에도 한국의 수출을 견인했다.
이는 2022년(108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실적으로, 1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 기록과 9개월 연속 100억달러 이상 수출 기록을 동시에 썼다.
범용 메모리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증설 등 수요 증가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의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며 수출 호조세가 지속됐다.
1월 메모리 수출은 전체 반도체 수출의 61%를 차지하는 61억8천만달러 규모로, 작년 1월보다 17.2% 증가했다.
분기별 메모리 수출을 보면 작년 1분기 188억달러에서 2분기 215억달러, 3분기 228억달러, 4분기 252억달러로 우상향 곡선을 선명하게 그리고 있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새 AI 모델의 여파로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당장 전날 주식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주가가 10% 가깝게 급락하고,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우려가 반영된 가운데 딥시크의 등장이 AI 산업 생태계를 자극해 반도체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단기적으로는 고가의 HBM이 왜 필요하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등 반도체 업계에 부정적 인식이 퍼질 수 있겠지만,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산업은 이제 투자 단계에서 실제 수익을 내야 하는 단계로 성숙할 것"이라며 "다양한 반도체 제품군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는 분명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트럼프 중·캐나다·멕시코에 관세…"韓 반사이익, 우회수출 막힐 우려도" 지난달 취임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관세 정책 등도 변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2월 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확인하면서 반도체, 철강,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 이에 맞서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제 무역 질서에 적잖은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직간접적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울러 '딥시크 충격'으로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가 크게 강화되면서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도 0.29%∼0.69%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기업들의 밀어내기식 수출 공세 속에서 '트럼프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정부와 수출 기업들은 수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장상식 원장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에 따라 한국에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멕시코에 진출해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는 자동차, 가전, 철강 업계 등은 다시 고민이 시작될 것"이라며 "미국의 구체적 조치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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