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가 먼저 주목한
딥시크 충격 회피법 3가지
AI인프라 벗어나고
어닝서프라이즈 주목
고마진 기업에 기회있어
딥시크 충격 회피법 3가지
AI인프라 벗어나고
어닝서프라이즈 주목
고마진 기업에 기회있어
‘딥시크 충격 피할 종목 찾아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발 충격으로 서학개미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딥시크는 미국 빅테크들 비용대비 10분의 1 수준만 지출하고도 엇비슷한 AI 모델 성능을 선보여 ‘9·11 테러’급 파장을 일으켰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AI 관련 기업의 주가가 비싸다고 지적받는 와중에 딥시크의 습격까지 겹치며 미 증시 투자자들은 도피처를 찾고 있다.
월스트리트(월가)는 딥시크 충격을 피해갈 곳으로 AI 인프라스트럭처(인프라)와 상관관계가 낮을 것과 최근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 종목,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주식 등 크게 세 곳을 지목했다. 딥시크발 AI 공습에 엔비디아와 같은 AI 인프라 주식은 경쟁 심화와 비용 부담에 최근 주가가 타격을 입었다. 대신 AI 소프트웨어 주식에 돈이 몰리고 있다. ‘가성비’ AI 모델의 출현은 소프트웨어 업종의 미래 비용 부담을 줄여줘 되레 주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딥시크는 금융투자 업계에 가성비 기업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한 셈이다. ROE는 자기자본을 얼마나 잘 활용해 수익을 내는 지 알려주는 핵심 지표다. 이익을 늘리는 동시에 배당 지급과 자사주 소각을 통해 분모(자기자본)를 낮춰도 ROE는 올라간다. 서학개미 등 전세계 투자자들이 수익성과 주주환원에 열심인 미국 기업들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는 이유다.
매일경제는 2025년 들어 1월30일(현지시간)까지 2024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상장사 중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 종목 50곳의 주당 순이익(EPS)과 매출을 월가 예상치(컨센서스)와 비교 분석했다. 이중 두 실적 수치가 모두 컨센서스를 초과하면서 ROE이 10%가 넘는 곳은 10곳이었다.
투자은행 ‘캐너코드’의 킹슬리 크레인 애널리스트는 “AI가 주도한 미국 시장은 그동안 효율성 보다는 대규모 자본지출이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며 “딥시크의 출현으로 투자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관련주 처럼 ‘AI 물량 전투’에서 한발짝 떨어져 마진을 높일 종목으로 투자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메타 애플 ADP 소프트웨어株의 부상
지난 1월에 실적을 발표한 빅테크 중 EPS와 매출 기준으로 모두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딥시크 출현이후 주가가 되레 반등한 곳은 메타플랫폼(메타)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4분기 EPS은 8.02달러를 기록했는데, 월가 컨센서스(6.73달러)를 19.2%나 초과 달성했다. 같은 기준으로 실제 매출은 컨센서스 보다 약 3% 높았다.
메타는 호실적과 함께 딥시크발 쇼크에 ‘쿨하게’ 대응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메타는 자신들이 AI 사업을 잘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AI 챗봇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억명을 기록했고 올해 안에 10억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가성비 빅테크의 면모를 드러낸 것이다.
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가 업계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AI를 보다 저렴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진화의 일부”라고 말했다. 월가에선 “업계에서 딥시크의 AI 투자비용을 평가절하하는 등 의심하는 와중에도 메타는 가장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타는 핵심 애플리케이션(앱)인 인스타그램 등 AI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25년에 600억~65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보다 약 70%나 높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의 2024년말 기준 ROE은 40.2%에 달한다. 높은 마진과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물량 싸움에서도 계속 앞서 나가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증권가 관계자는 “메타는 AI가속기(엔비디아 H100)를 35만개나 갖고 있어 이미 전세계 1등 기업”이라고 전했다.
메타의 실적은 주로 AI 기반의 광고 수입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기업 성격이면서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하드웨어를 대거 보유해 고마진을 유지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한 ‘원조 마진왕’은 애플이다. 애플의 실적은 정체되고 있으나 자체 생태계의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수입이 아이폰 등 하드웨어 수입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애플의 최근 분기 EPS은 2.4달러로, 월가 예상치는 1.7% 뛰어 넘었으나 매출은 컨센서스를 0.6% 밑돌았다. 다소 애매한 실적과 딥시크 쇼크에도 주가는 되레 반등세를 타고 있다. 이는 애플의 소프트웨어 관련 실적이 선전하고 있어서다.
애플TV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으로 대표되는 서비스 매출은 지난 분기 263억40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다. 이같은 서비스 매출은 월가 예상치 보다 1% 높게 나왔다. 아이폰 매출은 1년전 보다 낮게 나온데다 월가 추정치도 밑돌았다. 주가가 폭락할 상황에서 딥시크의 출현이 애플 주가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다른 빅테크 보다 AI 투자에 소극적이어서 타사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식으로 삼성전자의 ‘온디바이스’(자체 기기로 AI 서비스 제공) 체제에 맞서고 있다. 애플 입장에선 AI 서비스가 비용 부담인데 딥시크로 인해 투자 비용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주주환원을 늘릴 여지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ROE(작년말 151%)가 더 높아질 상황이다.
미국의 전형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도 뜨고 있다. ADP는 급여관리, 복리후생, 인재 채용 등 인적 자원 관리를 해주는 나스닥 상장사다. ROE이 83.7%에 달하는 전형적인 고마진 기업이다. 140개국에 인적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나 미국 중심이어서 미국 경기 상황과 주가가 동행하는 모양새다.
최근 분기 EPS와 매출이 월가 추정치를 각각 2.2%, 1.6% 웃돌았다. 눈에 띄는 최근 실적은 아니지만 딥시크가 불러온 AI 가성비 싸움에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AI 투입 정도에 따라 인적 자원관리 사업의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1월30일 기준 월가 목표주가 대비 상승여력이 1.8%에 그쳐 단기 고점 신호라는 지적도 있다.
◆ 2025년 최고 어닝서프라이즈 골드만삭스
금융 업종은 최근 금리동결과 딥시크 출현으로 최근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중 골드만삭스는 1월중 실적을 발표한 주요 대형 상장사 중 최고의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월가는 지난 4분기 이 투자은행의 EPS이 8.12달러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11.95달러가 나왔다. 추정치 보다 실제 수치가 무려 47.2%나 높게 나온 것. 실제 매출은 138억7000만 달러로, 예상치(121억5000만 달러)보다 14.2% 초과했다.
국내 은행들과 달리 골드만삭스는 투자은행 분야의 성장으로 깜짝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은행 수익에는 채무와 주식발행, 관련 자문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이 분야는 대형 기업 사이에 인수합병(M&A) 업무가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발 금리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며 중소형 M&A까지 활황을 보일 가능성이 커져 금융업종이 2025년 최고 수혜업종이 될 것”이라며 “시장 예상치를 가장 많이 뛰어넘은 골드만삭스가 최선호주”라고 말했다.
금융주의 투자 걸림돌은 미리 올라버린 주가다. 블룸버그 기준으로 골드만삭스의 현 주가대비 상승여력은 1.8%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현 주가가 월가 목표주가를 이미 뛰어 넘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여력이 남아 있는 미국 보험주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솔솔 나오고 있다.
1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했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박이 주된 배경이다. 프로그레시브 등 미국 보험사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을 보험료 인상으로 방어 중이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헷지(손실방어)를 위해 보험사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프로그레시브의 EPS은 4.01달러로, 월가 컨센서스를 13.6% 뛰어 넘었다.
◆ 버핏의 손길이 스쳤던 DR호튼 반등 시도
연 7%에 육박했던 미 주택 담보 대출(모기지) 금리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주택건설주 DR호튼은 최근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반전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부수적인 호재이나 LA산불로 인한 신규 건설 기대감으로 월스트리트의 선호주 리스트에 최근 올랐다.DR호튼의 지난 4분기 EPS은 2.61달러로, 월가 예상치(2.38달러)를 9.7% 초과 달성했다. 같은 기준으로 매출은 추정치 보다 6.9% 높은 76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내 주택 건설 대표 업체로, 경기와 금리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고금리 영향으로 주가가 최근 4개월 동안 하락하면서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싼 편이다. 향후 12개월 예상 순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0.79배다.
이 미국 ‘넘버원’ 주택건설사는 한때 워런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의 선택을 받았던 종목으로도 유명하다. ‘1등주’에다 높은 브랜드 가치, 배당주로서의 삼박자를 갖춰 버핏이 보유했으나 2024년에 전량 매도했다. 월가에선 버핏의 매도와 상관없이 그의 ‘레이더망’에 걸렸던 것 자체가 투자 매력을 보증했다고 본다. 증권가 관계자는 “AI 반도체를 독점적으로 주문받아 생산해주는 대만 TSMC 역시 버핏이 매도했던 주식이지만 그가 판 이후 실적과 주가가 극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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