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사고기 조류충돌 확인…둔덕 논란엔 '규정 준수' 반복(종합)

환경부 전문가 시료 분석 의뢰…FDR·CVR·CCTV 종합분석은 수개월 소요'콘크리트 둔덕' 설치·개량 과정 설명…"ICAO 등 국제 규정상 문제없다""최대한 안전성 확보 검토했어야" 인정…전국 공항 시설물 전수조사 예정
임성호

입력 : 2025.01.07 18:37:45


방수포에 덮인 제주항공 꼬리날개
(무안=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열흘째인 7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와 경찰특공대원이 사고 현장을 살피고 있다.2025.1.7 [email protected]

(서울·세종=연합뉴스) 임성호 홍규빈 기자 = 국토교통부는 7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기가 사고 당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간 조종사의 '메이데이'(조난신호) 선언과 생존 승무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조류 충돌이 사고의 최초 원인으로 지목돼왔는데, 조류 충돌 발생 사실을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다.

이승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사고조사단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한쪽 엔진은 (조류 충돌로) 확실하게 보이는데, 양쪽 엔진에서 같이 일어났는지, 다른 엔진에서 덜 심하게 일어났는지는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면서 "다만 (조류 충돌이) 심하게 일어났다고 해서 엔진이 바로 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옮겨지는 두 번째 엔진
(무안=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7일째인 4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서 인양된 두 번째 엔진이 트레일러에 실려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있다.2025.1.4 [email protected]

이 단장은 조류 충돌의 근거로 "엔진에 들어간 흙을 파내는 과정에서 깃털 일부를 발견했다"며 "(새가) 어떤 종이고 어떻게 (엔진에) 들어갔는지는 엔진 내부를 검사하면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깃털의 경우 국내 전문가뿐 아니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분석 작업을 거칠 계획이다.

이날 사고기 엔진 2개를 보관한 무안공항 격납고에는 항철위의 의뢰에 따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소속 조류 전문가 3명이 방문해 엔진 내의 흙과 깃털 등 시료를 채취했다.

항철위는 시료 분석을 토대로 엔진과 부딪힌 새의 종류와 수 등을 확인해 조류 충돌이 엔진 고장으로 이어진 경위를 밝힐 예정이다.

또 조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무안공항 인근에 서식하는 철새의 종류와 이동 패턴 등을 분석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전날 미국 워싱턴의 NTSB에 이송한 블랙박스 중 비행자료기록장치(FDR) 분석 작업의 경우 "자료 인출은 3일, 기본 데이터 확인은 하루 이틀 정도 걸린다.

하지만 음성기록장치(CVR), CCTV와 시간을 맞춰 분석하는 데까진 몇 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로컬라이저가 위치한 '콘크리트 둔덕' 구조
[국토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국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의 설치와 개량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로컬라이저는 2007년 개항 당시 높이 1.8m·폭 0.26m·너비 3m의 콘크리트 기초 19개를 사용한 둔덕 위에 설치됐다.

이후 2020년 5월부터 작년 2월까지 한국공항공사의 개량 사업을 거쳐 사고 당시 모습으로 바뀌었다.

인허가는 무안공항을 관할하는 국토부 부산지방항공청이 맡았다.

콘크리트 기초를 0.3m 깎아내는 대신 그 위에 두께 0.3m·폭 42m·너비 3.4m의 콘크리트 상판을 설치했고, 콘크리트 기초와 상판 사이를 흙으로 채웠다.

국토부는 로컬라이저의 규정 위반 논란에 대해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방위각시설 살피는 관계자들
(무안=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2025.1.5 [email protected]

구조물이 부러지기 쉽게 만들어야 하는 종단안전구역의 범위를 '방위각 제공시설(로컬라이저) 앞단까지'로 해석한 것으로, 그에 따라 로컬라이저의 기반 시설인 '콘크리트 둔덕'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항공청(FAA) 규정을 인용하면서 "방위각 시설 앞까지 종단안전구역을 최대한 확보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ICAO 규정에 따르면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의 첫 장애물이 돼야 하므로 종단안전구역에 포함되는 것이 맞지 않나'라는 질문엔 국토부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제21조 4항을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조항은 '정밀접근활주로의 경우에는 방위각제공시설이 설치되는 지점까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하며 비정밀 및 비계기활주로로서 도로 등 불가피한 장애물로 인해 제1항의 규정을 충족시킬 수 없을 경우에는 해당 장애물까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1항은 종단안전구역이 착륙대의 끝에서부터 90m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무안공항의 경우 이 구역의 길이가 199m로 규정에 맞게 건설됐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인사하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항행안전시설 등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설명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2025.1.7 [email protected]

박문수 공항정책과장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장애물을 최소화해서 안전을 관리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도로는 제척돼야 한다"며 "방위각 제공 시설도 도로와 마찬가지로 둘 다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국내외 규정의 위배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한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검토됐어야 했다는 점은 미흡했다"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 실장은 다른 공항의 둔덕에 대해 "경사도를 완만하게 한다든지 내용을 다 빼고 재시공한다든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종단안전구역 밖으로 보더라도 공항안전운영기준에 따라 로컬라이저 둔덕이 부러지기 쉽게 만들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당 기준은) 2010년부터 적용된 만큼 건설 당시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기준 적용 시점 이후인 2020년 이후 로컬라이저 둔덕이 개량되는 과정에서는 최대한 기준에 부합되도록 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신속히 검토해 향후 안전 점검 및 대책 수립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주 실장은 "(전국 공항에 대한) 전수조사를 곧 착수할 것"이라며 "민관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공항 전국 공항의 시설물을 일제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무안공항의 관제사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했다는 지적에는 "관제사는 ICAO 등 국제 기준에 비해 일부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항공안전 대책 수립 과정에서 (충원이) 검토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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