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애끊는 가족찾기의 결정적 단서…DNA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179명 전원 DNA 분석 통해 신원 확인 참사 희생자·이산가족·미아·한국전쟁 전사자 찾는 열쇠
오인균
입력 : 2025.01.06 05:50:00
입력 : 2025.01.06 05:50:00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제주항공 참사로 DNA 분석의 중요성이 다시금 조명받는다.
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 nucleic acid)을 뜻하는 DNA는 생명체의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고분자 화학물질이다.
이 DNA를 분석하는 기술이 지난달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희생자 179명의 신원은 사고 사흘 만인 지난 1일 오전에야 모두 확인됐다.
충돌사고에 따른 기체 화재로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했던 탓이다.
앞서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수습한 희생자의 시신이 전체 사망자 179명 가운데 5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훼손된 시신 606편의 DNA 분석을 의뢰했다고 했다.
유족의 DNA를 대조해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시신이 제 이름을 찾는 게 불가능했을 상황인 것이다.
국과수는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분석 방법 중 하나로 'STR'(짧은 반복 서열) 기법을 사용한다.
STR 기법은 사람마다 유전자의 길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한다.
부계와 모계에서 이어지는 유전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혈연관계를 확인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형제·자매의 경우 STR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등을 추가로 실시해야 한다.
이번 참사 희생자 유족에 형제·자매가 적지 않다는 점도 희생자 신원을 전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해 6월 경기 화성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때도 현장에서 수습한 사망자 23명의 신원은 DNA 감정을 통해 확인됐다.
당시에도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해 칫솔 등 생활용품에서 채취한 DNA 감정, 가족 DNA 대조 작업을 거쳐 신원확인이 완료됐다.
DNA 분석은 신원미상 변사체의 유족을 찾는 데도 활용된다.
한국전쟁 전사자의 유가족을 찾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의 사업이 대표적이다.
6일 국유단에 따르면 한국전쟁 미수습 전사자의 절반 이상에 대한 유가족 유전자 시료가 확보됐다.
아직 산야에 있거나 유해를 찾았지만 신원 확인을 못 한 한국전쟁 미수습 전사자는 총 13만3천192명이다.
이 중 유가족 DNA 시료를 통해 신원 확인이 가능한 전사자 수는 7만1천405명에 달한다.
한국전쟁 전사자 유가족은 전사자의 친·외가 8촌까지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할 수 있다.
유가족이 보건소나 군 병원에서 직접 검사하거나 국유단이 관공서를 통해 유족을 찾고 방문·검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신원을 확인한 국군 전사자 수는 총 21명이다.
작년 12월 30일 오두용 하사의 유해는 발굴된 지 40일 만에 유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발굴 당시 인식표가 발견되어 신원 확인 속도를 앞당겼다.
그러나 이처럼 인식표가 함께 출토돼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 수는 전체 대비 17%에 불과해 유전자 분석 기술은 유족을 확인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서로 꼽힌다.
작년 7월 30일에는 2000년에 발굴된 임진원 순경의 유해를 최신 유전자 기술로 재분석해 24년 만에 유족을 찾기도 했다.
고인의 딸인 임정순 씨는 2008년에 유전자 시료를 국유단에 제출했지만, 당시에는 둘의 가족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었다.
국유단 관계자는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후 작년까지 국군 전사자 248명의 신원을 확인했다"면서 "앞으로도 유가족분들이 소중한 가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DNA 분석은 실종 가족 찾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작년 12월 19일 두 살 때 가족과 헤어진 이모(57) 씨가 어머니(91)와 55년 만에 다시 만났다.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가족 상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경찰청이 2004년부터 실종 아동 등을 찾기 위해 운영 중인 '유전자 등록 제도' 덕분이었다.
유전자 등록 제도는 무연고 아동과 실종 아동을 찾는 가족의 유전자를 대조해 실종자를 찾아주는 제도다.
딸 이씨는 2019년 3월 이 제도를 알게 돼 강남경찰서에 유전자를 등록했다.
때마침 어머니도 작년 5월 경북 포항남부경찰서에 유전자를 등록한 덕에 국과수의 DNA 분석을 거쳐 모녀는 재회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총 4만3천719건의 유전자를 채취해 985명의 장기실종자를 발견했다.
작년부터는 형제·자매도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유전자 등록이 가능해지면서 장기 실종자 가족 찾기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존 실종 아동 데이터베이스에서는 1촌 관계만 유전자 등록·검색이 가능했는데, 직계 부모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2촌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에 국과수는 2022년 2건, 2023년 7건의 실종 아동에 대한 2촌 가족의 신원을 확인했다.
앞서 지난 10월 김응수 국과수 법과학부 유전자과 과장은 "불상 변사자 검색시스템과 실종아동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할 수 있게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조부모·조손 등 3촌 이상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DNA 분석 방법 또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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